
jrogue님이 번역하시는 소프트웨어 논쟁 2.0의 베타리더 소감문을 작성해서 보냈다. 연구실 일에 더하여 졸업논문과 병특을 준비해야 하는 졸업학기에 무리하게 시작한 베타리더였는데, 결국 날림으로 베타리딩을 한거 같아 죄송하다. T_T
이 책의 포지션은 꽤 독특하다. 필자인 로버트 L. 글래스는 30년 경력의 실무자인 동시에 IEEE, ACM 등의 학술지에 90편 이상의 논문을 출간하고, ACM의 fellow를 맡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은 학계와 실무계를 마구 오간다. 학계에서 일어난 논쟁거리와, 그로 인해 출간된 논문거리를 잔뜩 던져놓고 가기도 하고, 실무에서 비롯된 논쟁 그리고 그 논쟁을 해결하고자 (또는 논쟁에서 승리하고자) 내놓은 대안들을 다루기도 한다. 물론, 학계와 실무계가 서로 부딪치는 논쟁 역시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논쟁 2.0은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한편으론 딱딱하다. 글은 짧지만, 친절한 문체는 아니다. 내용도 그렇고, 쉽게 읽어내려가긴 힘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실무 종사자와 학계 연구자들 모두 흥미를 갖고 읽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은 서베이 페이퍼 같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들이
뭘 하자는거야? 수박 겉핥기식으로 문제들만 쫙 써놓고.. 결론이 없잖아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정한 문제라는 주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놓는 리서치 페이퍼와는 달리 서베이 페이퍼는
요즈음 이바닥에선 이러이러한 흐름과 문제들이 있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저러저러한 연구와 방법들을 제시하더라~가 끝이기 때문이다.
서베이 페이퍼는 어떤 분야의 최신 이슈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연구의 아이디어를 잡아내거나, 해당 분야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를 높일 수는 있지만, 뭔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려주진 않는다. 해당 분야에 정통하며, 모든 최신 이슈들을 꿰차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서베이 페이퍼를 읽어봤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읽기 보단, 생각할 거리들을 찾기 위해 읽어보는게 좋을 듯 하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책을 읽고 2번쯤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거르고 나면 내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별점은 3.7/5 정도? :)
"소프트웨어 분야의 논쟁"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vi와 emacs, C++와 Java, 2벌식과 3벌식, 포탈 블로그와 설치형 블로그, 웹 2.0 거품... 우리 전산분야에선 이러한 논쟁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반복됩니다.
소프트웨어 논쟁 1.0이 나온 15년이 지난 지금 개정판(소프트웨어 논쟁 2.0)이 나왔습니다. 15년간 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요? 글쎄요. 사실 별거 없습니다.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는데, 이 논리는 전산학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변한게 없다고? 그럼 예전 책을 찾아 읽으면 되겠네" 라며 애써 1판을 찾아내서 읽을 필요는 없겠죠. (게다가 번역서도 없답니다!) 시대는 흘렀고, 개정판에는 새로운 내용들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1판은 안읽어봐서 몰라요. ^^)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게 없다면, 지금이나 15년 후나 별로 변할게 없다는거죠. 물론 조금 변하긴 하겠지만, 본질은 그대로 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소프트웨어 논쟁 2.0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몇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불거져온,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논쟁거리들을 살펴봄으로써 10년, 15년 후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전산에 대한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들, 특히 우리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에세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뒤돌아 서게 되진 않을 겁니다. 에세이 하나하나마다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거든요.
에세이들이 짧고, 해답 보다는 어떤 논쟁이 왜 발생했고, 어떠한 주장들이 생겨났는지를 위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답답하거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답과 결론을 독자 개개인이 생각해본다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임현수(http://fribirdz.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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